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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018/0225]저것은 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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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HYOSUNG 댓글 0건 조회 789회 작성일 18-02-25 17:0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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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종환 시인의 <담쟁이>라는 시가 있습니다.

저것은 벽,
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
그 때,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.

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
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
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.

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
손을 잡고 올라간다.
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
바로 그 절망을 다잡고 놓지 않는다.

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
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
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
결국 그 벽을 넘는다.

우리는 간혹, 아니 자주... 벽을 만납니다.
편견의 벽을 만나기도 하고, 오래동안 반복해 왔기 때문에 굳어진 관습의 벽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.
몸이 상한 분은 더이상 건강해질 수 없다는 한계 앞에 서서 절망감에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.

벽을 무너뜨릴 수 없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.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한... 우리는 벽을 타고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. 그렇게 절망이라는 벽이 우리를 좌절시키더라도 오히려 그 절망의 벽을 버팀목 삼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 같은 생명의 끈질김이 우리의 힘입니다.

거목은 우람해 보이기는 하지만 베어지면 넘어져 버립니다. 하지만 보잘 것 없는 들풀은 아무리 밟고, 바람이 넘어뜨려도 다시 자신의 몸을 세우는 끈질김을 지니고 있습니다.

우리는 들풀과 같은 존재입니다. 약하디 약하지만 다시 일어섭니다. 벽을 넘어서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꿈틀거리는 봄을 기다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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